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콤플렉스를 사랑한 남자

  • 날짜
    2016-02-02 10:25:38
  • 조회수
    857
외적 조건으로만 따진다면, 소크라테스는 콤플렉스에 사로잡히기 딱 좋은 상황이었다. 일단 그는 심하게 못생겼다. 거친 피부에 개구리같이 툭 튀어나온 눈, 두꺼운 입술에 주저앉은 코, 산같이 솟은 배....'소크라테스를 닮았다'라는 말이 그 당시에는 지독히 못생긴 사람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쓰였을 정도였다.
그렇다고 그가 부자였던 것도 아니었다. 그의 아버지는 석수장이였고, 어머니는 산파였다. 게다가 교육도 충분히 받지 못했다. 그때는 아버지의 직업을 물려받는 일이 흔했으니, 아마도 소크라테스는 보통 석수장이가 받는 읽기, 쓰기, 셈하기 이상의 고등교육을 받기 어려웠을 것이다. 내세울 게 없기로는 사회 경력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평생 제대로 된 직업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전쟁에 참가해서 용맹을 떨쳤으나 지금으로 치면 '의무 복무'에 해당하는 군 생활이었고, 추첨으로 선출되는 관직도 딱 한번 맡았을 뿐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소크라테스가 열등감에 시달리거나 자신의 신세를 한탄했다는 이야기는 그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그는 자기 눈이 '사방을 잘 볼 수 있도록'툭 튀어나왔으며, 코는 길고 똑바르지 않고 뭉툭해서 남보다 냄새를 더 잘 맡는다고 자랑할 정도로 자신의 못생긴 외모를 사랑했다. 가난으로 괴로워하기는커녕 오히려 자부심을 느끼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단단했다. 확실히 그는 돈을 못 번 것이 아니라 '안'벌었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그의 주변으로 몰려들었지만, 그 누구에게도 수업료를 요구하지 않았다. 그들과 자유롭게 대화할 뿐이었다. 그는 겨울에도 맨발로 다녔고, 겉옷 하나 걸친 것이 입성의 전부였는데도 전혀 주눅들지 않았다.

안광복 저 서툰수업을 위한 철학수업 중